내가 그녀를 떠나보낸 이유 (당뇨의 종류 1형당뇨와 1.5형당뇨) > 칼럼&당뇨교실

내가 그녀를 떠나보낸 이유

(당뇨의 종류 1형당뇨와 1.5형당뇨)

부산 건강 J 원장 #당뇨교실

30대 초반 여자환자분이 내원하셨습니다.

마른체형에 이쁘장한 외모의 환자 분이셨어요.

​

약 1년전 2형당뇨로 처음 진단을 받으셨고,

철저한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당뇨약을 끊고

당화혈색소를 6점 미만으로 유지 하셨다고 하네요.

​

​그런데, 최근 공복혈당과 식후 혈당이

모두 높게 나와서 놀란 마음으로 내원하셨습니다.

​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등이 평소와 바뀐 것이 없는데

의아한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2주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보기로 했습니다.

인슐린 치료까지 해도 조절되지 않는

2형 당뇨 환자분들도 대부분 치료를 시작하고

2주이내면 경과 변화가 나타나거든요.

​치료를 시작하고 2주 가까이 되가는데,

기대하는 만큼의 치료 반응이 나타나지 않네요.

역시나~ 하고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드린 후,

바로 상급병원(대학병원)으로

검진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

일주일 후 다시 내원하셨는데

1형 당뇨로 진단 받았다고 하시네요.

분명 1년전에 2형 당뇨로 진단을 받았는데~

갑자기 1형 당뇨라니!!

​

이 환자분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 까요?

우선 당뇨의 종류부터 간단히 설명을 드릴께요~

​

​당뇨는 크게 1형과 2형 당뇨가 있습니다.

그 외에 임신성 당뇨, 기타 당뇨가 있어요~

임신성 당뇨는 임신상황에서 발생하고~

출산이후 사라지기 때문에

일시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기타 당뇨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경우인데~

다른 질환이나, 스테로이드 과용,

극심한 영양실조 등에 의해 발생하는데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1형 당뇨는 전체 당뇨환자의 약 1~2% 정도이고,

대부분은 2형 당뇨에 해당합니다.

​

​둘의 차이는~

1형당뇨는 인슐린이 안 나오는 것이고,

2형당뇨는 인슐린이 나오기는 하는데

제대로 작동을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2형당뇨도 진행이 되면서

나중에는 인슐린이 잘 안 나오게 됩니다.

​

​그럼 1형 당뇨에서는 인슐린이 왜 안나올까?

​

아래 췌장 그림을 보시면~

인슐린은 췌장의 랑게르 한스 섬 이라는 장소,

그 중에서도 β세포 라는 위치에서

만들어져 분비됩니다.

​

그런데..

이 파란부분인 β세포들이 공격을 받아서 파괴

되는 겁니다.

​

​누가 공격하냐고요??

범인은 바로~ 우리몸의 면역세포 들입니다~!

​

면역세포들은 원래는 우리몸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을 공격해야 하는데~

면역체계에 혼란이 생긴 것이죠.

그래서 면역세포들이 우리몸에 있는

세포를 공격합니다.

이것을 “자가면역”​ 이라고 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집에 도둑이 들어서 신고를 했다고 할께요~

신고를 받고, 도둑을 잡으려고 경찰이 출동했는데

혼선이 생겨서, 경찰이 도둑 대신

나를 잡아가는 상황입니다.

​

이때 혼선이 생겨 나를 잡아가는 경찰 또는

나를 공격하는 대상을

“자가면역 항체” 라고 부릅니다.

당뇨에서는 anti-GAD, anti-IA2, anti-IC

이런 종류의 항체들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항체들이 검출되면

1형 당뇨​로 볼 수 있는 것이죠.

​

그럼, 면역체계에 혼선은 왜 생길까요??

우선 유전적인 요인이 있겠고~

여기에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해서

촉발(trigger)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식습관, 바이러스 등 이죠.

즉, ​유전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있지만~

다양한 환경적 변수에 의해

어느 순간 질병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

그러면~ 다시 아까 환자분 얘기로 돌아 갈께요~

환자분은 처음에 2형 당뇨로 진단을 받았었는데,

이때는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β세포가 아직 파괴되지 않은 상황인 것이죠.

그래서 인슐린 투여 없이도 양호한 수준으로

혈당 조절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Anti-GAD 같은 자가면역 항체가 이미 있었겠지만,

전형적인 1형 당뇨처럼 β세포를

빨리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파괴가 진행되었다고 보는 겁니다.

​

​그러다가 β세포가 어느 정도 이상 파괴되어 버리면

인슐린이 아예이 안나오기 때문에

인슐린을 외부에서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 되버립니다.

​​ 

​

그래서 이 환자분의 경우는 1년뒤에

1형당뇨로 진단 된 것이죠.

이런 것을 자가면역 당뇨라고 부르는데,

편의상 1.5형 당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5형 당뇨의 특징은

anti-GAD 같은 자가면역 항체가 있고,

진단 받을 당시 대략 35세 이상,

(1형당뇨는 주로 청소년기에 나타나는데

이보다 천천히 나타나죠)

처음 진단시엔 일정기간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

( β세포가 서서히 파괴되기 때문이죠)

​ 

1.5형 당뇨도 발병 시기만 다를 뿐,

1형 당뇨와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

본인이 1형 당뇨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굉장히 어려우셨나 봅니다.

왜 그런건가요? 다른 치료방법은 없나요?

라고 물어보셨지만,

인슐린 치료를 병행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

​

자가면역 반응이 촉발 된 것도

딱! 무엇때문이다! 라고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왜 그런 것 인지 정확히 알 수 가 없습니다.

​

제가 별로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정말 안타까웠던 순간이었습니다.

​

​

오늘도 정리합니다.

1형 당뇨는 인슐린을 만드는

β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다.

1.5형 당뇨도 자가면역 당뇨병으로

결국 1형과 동일하다.

​

​

차이가 있다면,

1형은 청소년기에 호발하고,

1.5형은 주로 35세 이후에 발병한다.

1.5형은 β세포가 파괴되는 속도가 완만하므로,

초반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시기가 있다.